하노이 여행후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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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우린 무엇을 할까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 중 내 동행자가 여행전부터 계획했던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짭렌시아가를 사는 것이었다.
하노이 필수 여행코스라며 조금 유명한 코스였나보다.
날씨는 흐려서 비가 올건지 말건지 오다말다 했다.
우리는 전날 산 야자잎, 파인애플, 레몬 반팔셔츠, 반바지를 입고 나섰다.
좀 돌아다니다 쌀국수를 먹었는데 맛은 닭백숙 국물에 쌀국수 넣어먹는 맛이었다.
쌀국수집 젋은 알바생과 아줌마가 "볫남 스타일 x2 "하면서 키득키득 웃었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나왔다.
나와서 걷는데 길거리는 온통 가게 차양이 쳐져있고, 옷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어서 돌아다니면 머리에 부딪히기 일수였다.
옷의 재질이 얼마나 싸구려인지 걸을때마다 노란 보풀이 미세먼지처럼 날려 간지러웠다.
우리는 좀 의미깊은 관광지를 가보자 하고 성요셉 성당을 가봤다. (마침 근처였다.)
그러나 우리는 반팔 반바지 차림이어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쫓겨났다.
그런데 베트남 덕후 시청자가 자기가 아는 베트남 전문 BJ의 애인이 그 근처 카페에서 일한다는 것이었다. (어젠가 그젠가 같이 밥을 먹었던 사람)
귀찮음 반 + 심심함 반 + 컨텐츠 부재로 우리는 그 카페로 찾아가기로 했다.
카페는 3층쯤 되는 꽤 큰 카페였고 허리숙여 굽이굽이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창문으로 바깥이 뻥 뚫려있는 그런 카페였다.
"짱어이 짱어이~" 했지만 종업원은 모르는 눈치였고 우리는 조금 실망하며 음료를 주문했다.
나와 동행자는 더위+습도에 지쳐 거의 반실신하다 싶이 해서 초코 스무디를 먹었다.
(8월말 하노이의 날씨는 거의 습식 사우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벽에는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있었는데 우리도 메모를 남기고 가자며 붙이고 나왔다.
나오면서 종업원에게 "짱어이 웰이즈 짱어이" 하니까 여종업원이 "아 ㅎ 짱" "짱~어이~"하며 그 사람을 불렀고 어떤 여자가 나왔다.
우리는 한국인bj의 이름을 대며 그 사람때문에 왔다고 말햇다.
그게 다였다.
사실 할말이 없었고 그 종업원은 "ㅎㅎ" 웃으며 별 말이 없었다.
우리는 한참만에 택시를 잡아타고 동쑤언 시장으로 갔다.
동쑤언 시장은 일명 짝퉁시장이다.
시장안은 내 생각보다 작았다. 한 30년된 옛날상가 느낌? 층은 3층인가 4층인가 잘 모르겠다.
돌아다니기도 힘들만큼 길이 좁은 곳도 있었고 너무 복잡하고 물건도 많았다.
그러나 내 생각처럼 명품 브랜드 짝퉁들이 주욱 펼쳐진 느낌은 아니었고 한국 재래시장느낌의 옷과 신발들과 장난감? 기념품들이 널려있었다.
한참을 찾던 우리는 여기는 아무리 찾아도 짝퉁이 없는거같다. 하고 주변 시장골목도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있다가 허탈해진 우리는 큰 백화점으로 가야하나 고민하면서 마냥 돌아다녔다.
거의 하루종일 걸어서 나중에는 발이 아플 정도였다.
내 동행자는 아프리카tv 생방송을 하느라 정신없었고 나는 뒤를 열심히 따라다녔지만 발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지쳐있었다.
해가 어둑어둑해질즈음 우리는 "신발거리"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1~2시간을 걸은거같다.
중간에 분짜라는 음식을 처음먹어봤는데 목욕탕의자같은 곳에 앉아서 먹는 뒷골목같은 지저분한 느낌의 가게였다.
분짜는 쌀면 + 볶은양념고기 + 야채들을 시큼한 피쉬소스에 찍어먹는 음식이다.
할머니 혼자하고 면도 플라스틱 채반에 나오고 좀 너저분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먹은 분짜중에 제일 맛있었다.
'인생분짜'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한참을 걷던 우리는 신발거리를 마침내 찾았다.
그리고 짭렌시아가를 찾으러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녔다.
한 6~7개쯤 돌아다녔을때 제일 크고 흰 대리석이 깔린 가게 한곳에 발렌시아가가 있었다. (아니 짭렌시아가가 있었다.)
그런데 그 가게주인이 14만원을 부르는 것이었다.
우리는 깎고 깎아서 12만원인지 11만원인지로 깎았는데 베트남덕후 시청자가 "절대 사지마요ㅡㅡ" "사기네요" 이런식으로 채팅을 올렸다.
우리는 더 깎으려고 했지만 사장은 계산기를 기갈지게 탁탁 두드리며 "9만원 노" "9만원 노"만 외칠뿐이었다.
우리는 9만원이면 많이 깎았다. 그냥 사자고 말했다.
그러자 시청자가 황급히 "그냥 나가요" "지금 나가세요" 라며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얼떨결에 가게 바깥으로 퇴장했다.
그리고 시청자와 작전회의를 했다.
시청자가 말하길 저거 7만원이면 사는 신발이라고. 한국인인거 알고 덤탱이 씌우는 것이랬다.
동행자가 시청자와 작전회의를 하는동안 나는 가게쪽을 봤다.
그러자 가게 사장이 두리번거리며 우리가 진짜 갔는지 살피는 것이었고 나는 황급히 몸을 숨겼다.
(생각해보면 위아래로 레몬, 파인애플 옷을 입고있는 우리를 못볼리가 없었다 ㅋㅋ)
15분을 회의한 우리는 '7만원 부르고 안되면 8만원이라도 사자'고 합의를 하고 비장하게 다시 가게로 들어섰다.
그런데 가게 사장이 허무하게 7만원에 팔겠다는 것이었다.
14만원을 부르더니 7만원에 팔겠다는거 보고 원래 가격이 궁금했지만 우리는 손해볼 것이 없었다.
그렇게 발렌시아가를 산 우리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짐을 맡긴 호텔에서 목욕을 했다.
내가 한 목욕중에서 가장 시원한 목욕중 하나였다.
벌써 밤이었고 우리는 남은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내 동행자가 또 마사지를 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다 왠 여자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마사지 가게 앞에서 우린 또 싸웠다.
누가봐도 쵱녀같은 여자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그 가게는 퇴폐업소가 틀림없었는데 내 동행자는 자꾸 거기로 가자는거였다.
나는 왜 여기서 마사지를 받아야겠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또 싸웠다.
나는 반대편 후덕한 아주머니가 하는 가게로 들어가자고 주장했고 결국 그렇게 했다.
그 발마사지 가게에 앉아있으니까 왠 남자 2명이 들어왔다.
그런데 누가봐도 '보 티'가 나는게 이쪽같았는데 어플을 켜보니 역시나였다. 그 둘이 다정하게 속닥속닥하는게 '커플 마사지사'인가 싶었다.
다만 이 이상 아무일도 없었다.
우리는 돈이 남았으니 마지막으로 후드티나 하나 사가자며 아무 가게나 들어갔다.
동행자는 아디다스 후드티를 샀고 나는 디스커버리를 골랐는데 동행자가 "너도 아디다스해" 해서 아디다스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창문을 열었는데 베트남스럽지 않게 바람이 너무 시원했다.
며칠이 순식간에 지나간거 같았고 많은 일들이 생각났다.
울기도 울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행복감이 있었다.
새벽 공항은 첫날처럼 어둑어둑 했으며 한번 와봤다고 익숙해진 우리는 비행기를 바로 탔다.
남은 돈은 얼마전까지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었다.
현재 커플후드티는 2개 다 내가 가지고 있다.
이 일들이 벌써 4년전 일이고 딱 이맘때쯤 한참 더울때였다.
추억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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